무더운 날씨가 이어지면서 점점 여름이 다가오고 있다. 그러면서 '여름 제철 음식' 중 하나인 열무가 각광받고 있다. 아삭아삭한 식감이 일품인 열무는 다양한 건강 효능을 품고 있다. 그런데 최근에 그동안 덜 알려져 있던 열무의 효능이 밝혀졌다. 바로 열무에 비타민 k가 풍부하다는 사실이다.
열무김치의 또 다른 건강 효능, 비타민 k
지난 2월 15일, 안동대 식품생명공학과 성지혜 교수팀은 한국 식품 커뮤니케이션 포럼(kofrum)에 '국내 주요 외식 및 가공식품의 비타민 k 함량 분석'이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연구팀은 외식 음식 16종과 가공식품 30종의 비타민 k 함량을 분석하고, 함량의 많고 적음을 비교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외식 식품 16종 중에서 100g당 비타민 k 함량이 가장 높은 것은 세발나물(176㎍) 이었다. 복어 튀김(30㎍), 북어 강정(26㎍), 새우전(19㎍)이 뒤를 이었다. 주요 가공식품 30종 중에서 비타민 k 함량이 가장 높은 것은 김구이(914㎍) 이었다. 김치 또는 나물류 중에서는 고들빼기김치(228㎍), 갓김치(129㎍), 열무김치(103㎍)가 비타민 k 함량이 높은 음식으로 밝혀졌다.
이번 연구는 식물성 식품인지 동물성 식품인지에 따라 주로 함유된 비타민 k의 종류가 다르다는 점에서 의의를 갖는다. 즉, 비타민 k가 식물성 식품에서는 비타민 k1으로, 동물성 식품에서는 비타민 k2의 형태로 존재한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이 연구 결과는 유의성을 인정받아 한국식품영양과학회지에 게재됐다.
비타민 k1, 어떤 기능을 하고 어떤 채소에 풍부할까
비타민 k는 다른 비타민 성분들보다 늦게 발견됐으나 점점 중요성을 인정받고 있는 영양소이다. 열무에 풍부한 비타민 k1은 혈액 응고 작용을 돕는다. 신생아 또는 노년층은 상대적으로 체내 비타민 k1 함유량이 적어 피가 잘 멈추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때 비타민 k1이 풍부한 식품을 섭취하면 혈액 응고 기능이 활성화될 수 있다.
비타민 k1은 식물성 식품에 함유되어 있는데, 주로 녹색 잎채소에 풍부하다. 그래서 열무 이외에도 시금치, 아보카도, 아스파라거스 등에 풍부하다. 특히 아스파라거스에는 비타민 k 함량이 아주 높다. 중간 크기의 아스파라거스 6~7개를 하루에 먹으면 일일 비타민 k 권장량의 57%를 충족시킬 수 있을 정도다.
비타민 k, 누구에게 필요할까
최근에는 비타민 k가 노년층에게 꼭 필요한 이유를 입증한 연구 결과가 밝혀지기도 했다. 미국 터프스(tufts) 대학의 인간 영양·노화 연구센터의 새러 부스 교수팀은 비타민 k의 결핍이 노인에게 미치는 영향을 연구했고, 이 연구 결과를 2019년 6월에 발표했다. 교수팀은 70~79세 남성 노인 635명과 여성 노인 688명을 대상으로 최장 10년 동안 연구를 진행했다. 또한 이들은 6개월마다 남성 노인과 여성 노인들의 혈중 비타민 k 수치를 측정하고 신체 운동 기능을 평가했다.
이 연구에서 사용된 척도는 '운동성 제한(mobility limitation)'과 '운동성 장애(mobility disability)'이다. 운동성 제한이란 400m 거리를 쉬지 않고 걷거나 계단 열 칸을 올라가는 것이 다소 어려운 상태를 뜻한다. 그리고 '운동성 장애'란 위와 같은 신체 활동을 하는 것이 매우 어렵거나 불가능한 상태를 뜻한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비타민 k 수치가 낮은 노인은 비타민 k 수치가 정상인 노인보다 운동성 제한(mobility limitation) 위험이 1.5배, 운동성 장애(mobility disability) 위험이 2배가량 높았다.
새러 부스 연구팀에서는 비타민 k 결핍이 노인에게 특히 위험하다는 결론을 도출했다. 또한, 비타민 k 부족이 보행 속도 저하 및 퇴행성 관절염 발병 위험과 연관이 있다고도 언급하며 비타민 k를 충분히 섭취할 것을 강조했다. 이 연구 결과는 미국 노인학학회(gerontological society of america) 학술지인 '노인학 : 의과학(jornal of gerontology : medical science)'에 게재됐다.
열무, '이 질환'있다면 조심해서 먹어야
그런데 열무가 모든 사람에게 다 이로운 것은 아니다. 만약 평소에 신장 질환을 앓고 있다면, 열무를 너무 많이 먹는 것이 오히려 건강을 해칠 수 있다. 그 이유는 열무가 칼륨 함량이 높은 식품이라서 자칫 고칼륨혈증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고칼륨혈증이란 혈중 칼륨 농도가 지나치게 높아지는 질환이다. 혈중 칼륨 농도가 5.5meq/l 이상일 때 고칼륨혈증으로 진단한다. 칼륨은 우리 몸의 근육과 신경 세포 등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도록 돕는 영양소이다. 일반적으로 체내 칼륨은 소변을 볼 때 자연스럽게 배설되므로 체내 적정량을 유지할 수 있다. 그런데 신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으면 칼륨의 배설 작용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으면서 문제가 생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제공하는 식품영양성분 데이터베이스에 따르면 열무 100g 당 칼륨 함량은 326mg이다. 칼륨이 많은 과일로 유명한 바나나(370mg)와 큰 차이가 없다. 고칼륨혈증은 혈중 칼륨 농도가 7.0meq/l 이상일 때부터 증상이 나타난다. 주로 오심, 구토, 설사, 피로감, 근육 무력감 등이 동반되면 고칼륨혈증이라고 진단할 수 있다. 이 질환은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근육 마비, 호흡 부전, 저혈압 등을 초래한다. 그만큼 위험한 질환이므로 평소 신장 기능에 문제가 있다면 열무를 비롯하여 칼륨이 많은 식품 섭취를 제한해야 한다. 열무의 경우 하루에 150g 이상은 섭취하지 않는 것이 좋다. 출처: 건강이 궁금할 땐, 하이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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