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하위메뉴 바로가기

칼럼

  • 건강강좌
  • 칼럼
  • 진료상담
  • 의료정보
  • 찾아 오시는 길 전라남도 순천시 기적의도서관1길 3 (조례동 1589-1번지) MORE
  • 의료진소개 순천제일병원의 전문의료진을 소개해 드립니다. MORE
  • 대표번호  061-720-3500
  • 평일 AM 08:30 - PM 05:30
  • 토요일 AM 08:30 - PM 01:30
  • 점심시간 PM 12:30 - PM 01:30
  • 응급실은 365일 연중무휴
친절한 병원, 쾌적한 병원, 신뢰받는 병원

칼럼

home >건강정보> 칼럼

제목

[중앙]'배달부'는 술 잔 엎어!

운전자 정한 회식, 적게 마시고 분위기 좋고

"캬! 오늘따라 소주가 왜 이렇게 달콤하냐!" "에이~집에 편하게 가고 싶으면 그만 놀리라니까요."

5일 저녁 서울 논현동의 한 고깃집. 쌍방울 트라이의 마케팅전략부 직원 9명이 둘러앉았다. 주간 회식 자리. 삼겹살이 지글지글 노릇노릇 구워지자 기다렸다는 듯 주문이 터져 나온다. "사장님! 여기 소주도 좀 주세요." 살얼음이라도 낀 듯 차가운 소주가 두어 병 공수되고, 좌장인 양기영 부장이 부하 직원들의 잔을 돌아가며 채운다. 그런데-. '서열' 5위 심영빈 계장, 감히(?) 자기 앞에 놓인 잔을 엎어 놓는다. 그렇다고 술이 싫어 피하는 건 아닌 표정. 한참 입맛을 다시다 애써 외면하며 외친다. "여기 콜라도 한 병 주세요!" 그 모습을 보고 양 부장은 재밌다는 듯 키득키득. 나머지 선배.동료.후배들도 결국 웃음을 터뜨리고 만다.

이 부서가 회식 자리에 '오늘의 운전자 제도'를 도입한 이후 벌어진 풍경이다. 이달 들어 이 회사는 북한 동포들에게 내의를 보내는 캠페인을 진행 중. 이를 위해 직원들에게도 소비자 참여를 유도하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이날 회식을 앞두고 마케팅전략부원들은 지난 주말 동안 뛴 캠페인 실적을 서로 공개하기로 했다. 그리고 이 성적에 따라 상과 벌을 받기로 약속했다. 상은 '무료 귀가권', 벌은 '금주 운전권'. 즉, 회식을 마친 뒤 1등은 공짜로 집에 보내주고, 꼴등은 술을 마시지 않고 기다리다 나머지 사람들의 귀가를 도와야 하는 것이다. '개표' 결과 무료 귀가는 여직원 이혜선씨, 금주 운전은 심 계장에게 돌아갔다.

평소 소주 한 병은 거뜬하게 마실 정도로 술을 좋아하는 심 계장. 처음에는 콜라와 먹는 삼겹살이 입에 설었다. 소주잔을 기울이는 동료를 보면 침도 고였다. 게다가 집이 안양인 까닭에 의정부에 사는 혜선씨를 직접 데려다 주지 못할 형편. 대신 택시비 3만원을 줘야 했기에 속도 쓰렸다. 회식을 마치고 가까이 사는 김성수 과장과 후배 박미애씨까지 데려 가야 하는 상황도 마음을 무겁게 했다. '누가 이런 쓸데없는 놀이를 하자고 해서…쩝.'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생각이 바뀌기 시작했다. 굳이 술을 마시지 않아도 회식 자리의 느긋함을 즐길 수 있었던 것. 잔만 주고 받다 끝나는 회식에 비해 후배들과 얘기를 많이 할 수 있어 좋았다. 되레 "그 쓴 걸 어떻게 마시느냐"고 술먹는 사람들을 놀리는 재미도 쏠쏠했다. 이런 심 계장을 배려하는 마음에 전체 부원들이 마시는 술의 양도 줄었다. 고깃집을 나와 근처 호프집에 갔지만 정말 가볍게 맥주만 한 잔 한 뒤 오후 11시 헤어졌다. 3차에 간혹 4차까지 이어지며 새벽 1~2시에나 파하던 평소와는 사뭇 다른 모습. 특히 여직원들은 정신이 멀쩡한 심 계장이 일일이 택시를 태워주고 번호판까지 적어두자 안심하며 귀갓길에 올랐다. 올 겨울 들어 제일 추웠다는 날. 심 계장 차로 집까진 간 직원들이 호강한 건 너무 당연한 일이다. 심 계장은 "회식 있다더니 웬일이냐"며 집에서도 환대를 받았다.

다음날 쌍방울 트라이의 마케팅전략부 분위기는 그 어느 때보다 좋았다. 전날 회식이 있으면 으레 한둘은 생기는 '지각생'이 하나도 없었기 때문. 속이 쓰리다, 머리가 아프다, 업무에 집중하지 못하는 이도 없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놀라운 모습을 보인 것은 단연 심 계장. 평소 네다섯 번째로나 사무실에 도착하던 그는 이날 2등으로 자리에 앉았다. 게다가 애주가로서 면모는 어디 갔는지 큰소리도 쳤다. "앞으로도 회식 때마다 오늘의 운전자 뽑자고요!"

남궁욱 기자

     


main_quick